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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행복한 기업이 돈 잘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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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호상무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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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행복한 기업이 돈 잘 번다

  • 2014.05.23(금) 11:31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직원 행복할수록 일 몰입도 커진다
수평적 관계 중요..CEO 의지가 관건

기업과 인간관계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대다. 직장인의 행복에 관한 고민이 시작된 지 100년도 되지 않는 셈이다. 근로자의 사회심리적 요인을 최초로 들여다 본 메이요의 호손공장 연구는 작업집단의 심리적 친근감이 작업환경과 경제보상 효과를 능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후 조직이나 직무에 만족한 종업원들이 결국엔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은 현실에서도 꾸준히 증명돼 왔다. 직원이 행복한 기업이 결국 돈을 더 잘 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기본공식을 간과하거나 외면하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국내 기업들 역시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물론 국내에도 내로라하는 신의 직장들이 있다. 고액 연봉과 정년 보장, 복지혜택 등이 어우러진 동경의 대상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유무형의 보상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평적 관계가 조화를 이룬 '꿈의 직장'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꿈의 직장을 찾아 기업이 가야할 길을 모색해봤다. 꿈의 직장에 다니는 직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았다.[편집자]

 

"기업 자산의 95%는 직원이다. 행복한 소들이 좋은 우유를 만든다." 짐 굿나잇 SAS 회장
"직원이 행복해야 생산성도 최고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이거저것 간섭하지 마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도록 배려하자." 3M 기업모토

 

"헤드헌팅을 하다보면 유난히 이직률이 높은 기업이 있다. 연봉만 놓고 보면 동종업종 안에서 1,2위를 다투는데도 이직을 고려하는 거다. 이들이 직장을 옮기려는 이유를 들어보면 기업 문화와 맞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의외로 많더라." 한 헤드헌팅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 직장인들의 행복 수준은 몇점일까.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집계됐다. 흥미롭게도 삶 전반에서 느끼는 행복과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을 따로 측정하면 삶 전반에서 느끼는 행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회사에 출근하면 하루가 더 불행해지는 셈이다.

 

돈을 벌러 회사에 다니니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기업이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핵심이 여기에 있다. 행복한 직장인일수록 회사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애정과 소속감을 느껴 업무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높은 몰입도는 훨씬 양질의 생산성으로 연결된다.

 

 

◇ 행복한 직장에 인재 모인다

 

한국 직장인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090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6개국(평균 1764시간) 가운데 2위다. 하지만 엄청난 노동시간에도 불구, 노동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다. 업무시간이 생산성으로 고스란히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일에 몰입하는 비중도 11%로 세계평균(13%)보다 낮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말할 것도 없다. 36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니 민망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해보니 근로자 10명중 4명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야근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야근을 당연시 하는 회사 문화'가 바로 야근의 이유(25.8%)였다. 근무시간 중 낮은 업무 효율이나 상사 눈치보기 등 기업문화가 야근의 원인이고 대부분이 이를 당연시 여기며 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직장인들이 이직하거나 사회초년병들이 취업을 할 때 중시하는 요소로 기업문화를 상당히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단순히 높은 보수나 지위, 안정성을 중시하기보다 근무와 복지환경, 기업의 사회공헌도까지 꼼꼼히 따지고 든다. 단순히 '신의 직장'을 넘어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진 '꿈의 직장'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기업문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란 얘기다. 다행스럽게 기업들도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더 많다.

 

▲ 직장과 삶의 행복 점수 비교(출처:삼성경제연구소, 2013년4월 849명 응답결과 분석)

 

◇ 되로 주면 말로 갚는다

 

직장의 행복을 숫자로 계량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여러 지표와 직원들의 만족도를 통해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곳들엔 공통점이 쉽게 발견된다. 첫째도, 둘째도 바로 사람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의 직장들은 직원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쉬운 예로 거론되는 SAS나 이케아 등은 연봉수준이 동종업계 평균보다 낮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으며 이직율은 현저히 낮다. SAS의 경우 2%로 집계됐으니 거의 이직자가 없는 셈이다. 동종업종인 미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평균 이직율은 20%에 달한다.

 

비결이 뭘까. 일단 눈을 사로잡는 것은 경이로울만큼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혜택이다. 구글은 '플렉스', SAS는 '캠퍼스'라 부르는 직장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SAS는 4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CEO와 동일한 공간의 1인 1사무실을 이용한다. 수영장부터 미용실까지 각종 시설이 구비돼 있으며 복장과 근태 관리를 하지 않는다. 야근과 잔업, 심지어 정년이 없고 근무시간 또한 주당 35시간을 넘지 않는다.

 

직원들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존중받고 있는 만큼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애사심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회사가 굴러가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SAS는 1976년 창업 이래 단한번의 적자 없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쏟는 비용이 이를 능가하는 과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세계적 경영 그루인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업이 직원 1명을 채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연봉의 1~2배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SAS는 낮은 이직률 덕분에 해마다 1억달러 이상의 채용비용을 절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상호존중이 진짜 밑거름

 

눈에 보이는 직원 복지가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는다. 또다른 공통점은 조직 내부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문화다. 꿈의 직장에는 하나의 목표나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형성되는 직원과 관리자 간의 수평적인 관계가 녹아있다. 여기에는 직원에 대한 배려와 상호존중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자유로운 소통이 일어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개인과 회사가 비전을 공유해 말 그대로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다.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구글의 20% 프로젝트나 3M의 15%룰은 직원들이 창의성 발현을 위해 근무 중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의 비중이다. 이는 실제로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성과로 이어졌다. 구글의 추천 검색어와 애드센스 모두 기업이 직원들에게 베푼 자투리 시간에서 나왔다.

 

이런 관계는 정보기술(IT) 업계 등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협업이 필요한 곳에서 현실적으로 더 적합하고 제조업에서는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제조기업에서도 기업문화의 기적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꿈의 제조업 직장으로 꼽히는 일본의 미라이공업은 전기설비업체인데도 잔업이나 휴일근무가 없고 정년이 70세까지 보장된다. 5년마다 전직원을 해외여행 보내주는 등 파격적인 복지혜택에도 매년 15%의 경상이익률을 내고 있다.  복리후생뿐 아니라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유명하다. 매년 승진인사 대상은 사원 이름을 적은 종이를 선풍기 바람에 날려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을 승진시킨다. 미라이공업의 경쟁우위인 2300건의 실용신안 특허는 모두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신제품 제안회에서 나왔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서는 기업문화 중시 분위기와 맞물려 직장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톡 등 자유분방한 기업문화가 가져다 준 결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반 기업들 가운데서도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 CEO 의지가 가장 중요

 

하지만 근본적인 조직구조의 변화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변화의 흐름에도 불구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상명하복과 성과 중시,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복지혜택을 늘려도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이렇다보니 기업문화 개조의 가장 큰 원동력을 최고경영자(CEO)의 지속적인 의지에서 찾는 쪽이 많다. 많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최고의 직장 뒤에는 항상 최고의 CEO들이 있다. 리더의 행동은 다른 구성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가장 오래 지속된다. 그만큼 가장 앞서 변화를 추구하는 CEO의 의식이 중요하고 이들의 무의식적인 행동마저 기업에는 결정적이다.

 

글래스도어가 직원수 1000명 이상의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CEO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링크드인의 제프 와이너였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레이 페이지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소통에 무게를 두는 IT 기업 CEO들이 대부분으로 직원들과의 소통 관계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문화를 성공적으로 바꾼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 전 CEO는 "기업문화를 바꾸는데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려하면 반발만 초래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한 만큼 임직원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기업문화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CEO의 끈기와 인내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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